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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에 갑자기 이착 펄만이 리사이틀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표를 부탁.... 몇일 전 오늘 회식을 하겠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으나, 펄만의 나이와 체력을 봤을 때 언제 한국에 또 올 수 있겠는가? 하고 망설임 없이 연주회를 택했다. (내일 엄청 눈치 보이겠다...) 20만원이라는 거금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연주회에 늦을까봐 일찍 퇴근시켜달라고 졸라서 5시 30분 퇴근, 싸인회를 대비하여 펄만의 잘 나온 사진 몇장 인화하고 예당으로 고고씽.... 나중에 알고보니 싸인회는 없더라...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소나타랑 베토벤 소나타 크로이쳐 외에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도착, 프로그램 북을 사서 보니 그 외에 브람스 FAE 소나타랑 (sonatensatz), 슈만, 그 외에는 즉석곡? 아마도 쉰들러 리스트랑 소품들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입장... 재훈씨가 자리를 예약해 줬는데 아주 좋은 자리였다. 바로 펄만의 정면에서 약간 우측... 오늘 공연의 최고의 자리였다고 자신한다..

 

경쾌한 모차르트 소나타로 시작...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지.. 그리고 건강 혹은 자세의 문제인지 생각보다 간결하고 던지는 듯한 보잉으로 연주...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을 듯 하다.. 아참.. 악기는 1714 'Soil'로 추정된다... 스트라디바리 모델에 뒷판이 V자로 배열된 쿼터컷의 메이플..

 

두번째 곡은 대곡인 크로이쳐였는데, 펄만의 혼신의 연주를 봤다고 말하고 싶다. 어깨가 안좋은지 빠른 데타쉐 패시지에서 피아노 반주 템포를 따라가기가 좀 벅찬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곡의 템포도 다른 연주자에 비해서는 약간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펄만의 왼손이나 오른 손목, 손가락은 살아 움직인다. 흔히 곰손이라고 부르는 굵고 뭉툭한 손으로 어찌 저런 기름진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특유의 쉬프팅 할 때 살짝 음을 미끄러트리는... 과하지도 않고 딱 감칠맛 난다.. 음반에서 듣던 그대로.. 나중에 자세히 보니 쉬프팅 하는 손을 살짝 끌다가 다음 포지션으로 이동..

 

크로이쳐를 한 악장 연주할 때 마다 수건이 땀으로 젖고 힘겨워 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인터미션에 준하와 음료수를 마시고... 사실 오늘 일하다가 갑자기 한기가 들면서 몸이 안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몸살이 오는 듯 하다.. 오늘 공연 내내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대충 오렌지 주스로 비타민 보충? ㅋㅋ... 몸살에 아무 도움도 안되지만 ㅡ.,ㅡ

 

2부는 브람스 FAE 소나타.. 비장미와 서정미가 동시에 서려있는 곡? 아주 옜날에 배우기는 했으나 완전 곡 망쳐놓던... 그 후 서정적인 슈만의 소품이 이어졌다...

 

하이라이트는 여기부터... 일단 크라이슬러의 Tempo di minuetto로 시작...  그 후에는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헝가리 무곡 중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내 생각에는 펄만이 약간 편곡해서 연주한 듯 하다. 중간에 아르페지오 스케일과 트릴을 넣던데, 그 부분은 아마 피아노 반주가 하던 부분으로 기억되는데... 이 이후에도 곡들을 약간 자기 입맛대로 편곡해서 연주했다. 헝가리 무곡은 약간.. 전반적으로 느림/빠름의 대비가 약해서 살짝 아쉬웠다..

 

이후에는.. 곡 순서들이 솔직히 기억이 안난다... 스피카토 소티에가 난무하는 비에냐프스키의 Caprice A minor를 연주했는데 그 왼손과 손목의 날렵함이란... 그 외에도 크라이슬러의 schoen Rosmarin, 또 기억이 안나는 제작자의 perpetum mobile? 쉰들러 리스트의 테마..... 열심히 듣다가 쉰들러 리스트를 연주하겠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아, 펄만 유태인이었지...'하는 생각과 함께 주변에서 줏어 들은 애기가 잠시 떠올라서 살짝...

 

그 외에도 Bazzini의 La Ronde des Lutins... 이 곡이 끝나자 엄청난 박수가.... 정말 놀라운 연주였다. 또한 중간에 각각의 현에서 포지션 쉬프팅하며 같은 음을 짚는 부분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E-A-D-G로 가는데, 처음에는 EADG로 연주하고 다음 반복부에서는 EGDA로 연주해주는... 반복부에서는 나름대로의 변주도 가미하여 연주를 하고... 아쉬운 점은 왼손 피치카토를 하는 부분에서 사람들이 왜 웃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웃긴가? ㅡ.ㅡ;; 중간에 잠시 주제가 바뀌면서 피아노가 먼저 나오는 부분에서 힘든 한숨을 내쉬면서도 연주할 때는 혼신의 힘을 담아 연주하는 펄만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가면 갈 수록 펄만의 곰손에서 뿜어나오는 끈적끈적한 음색과 살아 꿈틀대는 오른 손목과 손가락.... 아.. 갑자기 레슨때 항상 지적받는 손목 전환이 떠올라 주면서.. ㅡ.ㅡ;

 

아..또 앵콜 뭐했지? ㅡ.ㅡ;;; 거의 닭 수준의 기억력이라서... 아 맞다.. 하이페츠가 편곡한 거쉬윈의 포기와 베스 중 It ain't necessarily so? 인가 하는 곡을 연주했던 듯...

 

기립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악기를 두고 나와서는 하품을 하는 모습과 양 손을 모아 머리에 베게를 베는 포즈를 취하며 양해를 구하고 연주를 마무리 했다..

 

혹시나 싸인회를 기대하고 나갔으나, 역시나 없었고..... 사진은 그냥 집에 악기 장식장에 넣어둬야겠다..

 

오늘의 공연은 정말 기억에 남을 거장의 연주였다. 불리한 신체적 여건과 건강속에도 저런 연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과연 젊었을 때는 어떤 연주를 선보였을지 궁금한... 뭐 유튜브나 이런데를 뒤지면 많이 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현장만을 못따라가니....

 

그리고 그 유명한 1714 Stradivari 'Soil'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혹시나 아니면 할 수 없고 ㅡ.ㅡ;;)..  회식을 버리고 오기 잘했다 ㅡ_-;;;

 

오늘 자리가 너무 좋아서.. 앞에도 아무도 없고.. 바로 코 앞에서... 마치 혼자만을 위한 연주회의 기분?... 펄만이 앉아서 연주하니 목도 덜 아프고...(덜 올려다 봐도 되서....)... 봉잡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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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olinholic